풍월당 이야기 | 피아니스트 백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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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월당 작성일19-03-18 17:52 조회9,5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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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와의 만남 


일시 : 2019년 3월 13일 수요일 오후3시

장소 : 풍월당 구름채

진행 : 박종호 선생님

음반 : 쇼팽 녹턴 전집


“젊을 때는 감정적으로 음악을 해석했어요. 섬세하지 못했죠. 

나이가 들수록 조심스러워집니다. 

음악이 나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 그 자체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내 느낌을 앞세우기보다는...

제 은사였던 빌헬름 켐프 선생이 한 음 한 음 신중하게, 

거의 종교적인 태도로 음을 다뤘던 것이 기억나요. 

물론 그런 방식이 모든 음악에 맞지는 않겠지만, 

제가 같은 곡을 반복해 연습하는 것은 그 음이 담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내려는 작업인 셈이죠.” 


박종호 질문

누구든지 생각하는 질문인데, 왜 쇼팽의 ‘녹턴’일까?  하는 질문 입니다. 


백건우 답변

사실, 그 답을 하려고 하면 조금 길어질 거에요. 

왜냐하면 그냥 선택한 것이 아니고... 

음... 어떻게 보면, 베토벤에서 시작한 것이거든. 

작년에 베토벤을 1년 내내 하면서 어느 순간 새로운 세계를 그리워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우연히 쇼팽 ‘녹턴’ 악보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것을 다시 읽어 보기 시작했어요. 

쇼팽 ‘녹턴’ 이라고 하면, 피아노 공부하는 학생이면 몇 년만 치면 칠 수 있는

그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곡인데, 저는 그 곡을 치면서 조금 불편했어요... 

뭔가 예쁜데... 이것을 내가 정말 이해를 하고 치는 건지...  

어... 그냥 나중에 할 숙제로서 남겨 놓은 곡이었어요.


그리고 이것은 한 곡이 아니라 전부 다 하면 21곡인데, 

그것을 내가 쳐봤다고 해서 내가 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는 거구,  

그래서 언젠가는 그것을 깊이 연구를 해 봐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 지금 다시 악보를 보니까 굉장히 새롭게 느껴지는 거에요.

그리고, 아! 이제는 새로운 세계를 내가 그릴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가능성, 희망에서 그것을 보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 프로젝트까지 오기는 다시 한 바퀴 돌았어요.  


쇼팽이라는 사람이 누군가.  

쇼팽의 영향이 또 무엇이었던가. 

또, 쇼팽의 음악으로서 새롭게 창작된 작품들이 무엇인가.

뭐 거기에는 라흐마니노프도 있고, 뭐… 조르지 크롬도 있고 영향을 준 작품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래서 그럼 그렇게 초상화를 한 번 그려볼까. 그러다 보니까

확실히 그 사람들이… 어... 인용하는 쇼팽과 쇼팽 자신과는 굉장히 차이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아이디어는 제외하고 쇼팽 안에서 그 안에서 제일 쇼팽다운 곡은 또 무엇인가. 

그래서 이제... 그런데, 저는 옛날부터 소나타 형식(Form)의 쇼팽은 쇼팽하고는 조금 뭐라고 그럴까, 

명작이 있지만 정말로 마음 속에서부터 그린 작품인가... 하는 그런 의문이 있었어요. 

그리고 대곡들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다 쇼팽이 어떤 성격이었으며,

피아노를 어떻게 쳤으며, 어떤 음악적인 분위기를 사랑했으며, 그런 걸 대강 아는데, 

어... 그러다 보니까

음… 쇼팽의 그... 쇼팽의 진실이랄까, 그런 것은 이런 소품에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야상곡’이 

어... 대변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이것은 하나의 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보자! 해가지고

어... 그것도 몇 개월 잘... 시간이 걸렸죠... 


박종호 질문

그러면, 그 작품의 시간이 모두 얼마나 걸리는 겁니까? 

녹음까지는 처음부터. 


백건우 답변

어... 1년 반. 


박종호 질문

네. 이번엔 악보가 좀... 악보를 찾으러 좀 노력하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백건우 답변

그것은 사실은 맞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어떻게 그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는데, 

음... 제가 바르샤바(Warszawie)에 갈 때마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악보가 없나, 뭐가 더 다른 점이 없나.. 그런 것을 항상 신경을 쓰니까. 

쇼팽의 ‘녹턴’만 악보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 중에서 맨 마지막에 나온 것이 이제... 폴란드에서 지금 편집되고 있는 그 에디션이 참.. 음... 그래도 가장 정확해요. 그것을 바탕으로 했죠. 이번에는!  


박종호 질문

네. 제가 음반을 들어보고 놀란 것은 첫 순간부터 무지무지 느리더라고요. 

그래서 저로서는 너무 좋고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는데.

저는 항상 머리 속에 음악은 빨리 치는 것은 누구나 생각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느리게 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성악도 사실은 프레이징(Fliessen)을 길게 가져 갈려면 호흡도 받쳐줘야 하고, 

피아노도 길게 가려면 멜로디 라인 잡기가 어렵잖아요.


백건우 답변

피아노도 호흡이 받쳐주어야 해요. 

음... 그것은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것은 저의 선택이 아니라, 쇼팽의 선택이라고 봐요!

21곡 중 그러니까, 아주 느리게 렌토(Lento)라고 쓰여져 있는 것이 반 이상이에요.


그러니까 쇼팽이 이 곡을 쓰면서 정말 시간의 흐름을... 어... 거진 생각지 않고, 

자신의 음악만이 시간을 타도록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안단테(Andante)라든지 모데라토(Moderato)라던지 그런 마크가 있을 텐데, 

그렇지 않게 느리게, 그것도 아주 느리게. 

그런데, 지금 말씀하셨듯이 그 템포(Tempo)를 지키기가 참 힘들어요. 


그러니까, 그 때 이제, 내가...

어... 다른 피아니스트들을 들어 보게 되면

음... 어… 그 중에는 명반들이 많이 있죠... 

어... 50년대... 뭐, 그 이전의 판들도 보면 너무 음악적으로 보면, 뭐… 너무 좋고. 

또 나중에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u) 라든지 나이 많이 드신 다음에 녹음 하신 것도 참 좋고.

각자가 다 정말 좋은 점이 있죠. 


그런데, 음... 대체적으로 ‘녹턴’을 가볍고 이쁜 곡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볼 때는 한 작곡가가

어... 정말, 자기가 정말, 자기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할 때는 그게 그렇게 가벼워질 수 없죠!  


그 깊이 있는 그 생각을 그 감정을 표현하려면.

그리고, 이렇게 보면.. 어... 뭐라고 그럴까... 그...

자기의 어떤... 고민, 고통을 자백하는 그런... 음... 페이지(Page)가 많아요. 

그리고 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어... 

아주, 그럴 때는 종교에 의존하는 그런 장면을 많이 볼 수가 있죠. 

그리고 때로는 어느 곡보다도 강렬하게 그렇게 그... 울분을 부르짖는 그런 드라마틱한 장면이 그 ‘녹턴’에 있어요.

그러니까 이것이 그냥 이쁜 멜로디로 가는 소품이 아니라, 정말 어... 

가장 쇼팽을, 내면적인 쇼팽을 그리는 곡들 같아요. 


왈츠(Waltzes)나 마주르카(Mazurka)나 그런 곡들은 살롱을 위한 곡들이고.

여기서는 정말 자기와의 대화! 자기! 그런 것이, 바로 이 ‘야상곡'이 아닌가 싶어요. 


박종호 질문

들어보면 그 배치가 번호 순서가 아니죠. 선생님이 정하신 건가요? 


백건우 답변

네. 왜냐하면 곡이...곡들의 흐름이 안 맞으면, 

예를 들어서 뭐 달콤한 곡이 두 곡이 붙어있다 하게 되면, 두 번째 곡은 그 제대로 그 곡을 들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 사이에 다른 곡이 들어가고, 그 다음에 다시 이제 달콤하든, 뭐 장조.. 그런 곡일 수도 있고. 

그리고 이 곡의 성격이 굉장히 다르고 강하기 때문에, 그 배치가 잘못되게 되면

그 곡을 해석하는 것도 그렇고, 그 곡 감상할 때에도, 어...영향을 주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연주자로서는 어... 참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죠.

나는 이 곡들을 좀 새롭게... 처음 듣는 곡처럼 들어 주었으면 하는 거죠...


박종호 

진짜 처음 듣는 것처럼 들었어요. 너무나 새로워서.


백건우

그러면... 좋네요. 


박종호 질문

통영에서 녹음하셨다고 들었는데, 재미있으셨습니까? 


백건우 답변

어... 참... 그건 몇 년 전만해도 그건 생각하기가 힘들죠… 

어... 외국에 유명한 스튜디오도 많고, 이제 녹음 기술자들도 많고 뭐 이름있는 회사들 뭐... 다... 그쪽을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한국에 거기에 못지 않은 홀(Hall)들이 있고, 피아노가 있고, 테크니션들이 있고, 녹음기사가 있고, 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세계적인 판을 한국에서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통영, 그런 정말... 세계 못지 않은 경치! 음... 거기가 얼마나 좋아요. 

거기서 쉬면서 집중해서 녹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거기를 선택을 했죠.


박종호 질문

며칠이나 계신 거에요? 그리고 하루에 한 얼마 동안이나 녹음을 합니까? 


백건우 답변

일주일을 꼬박 거기서 녹음을 했으니까... 

21곡을 일주일 동안 했으니까. 많이 할 때는 네 곡, 어떤 때는 세 곡.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거기가 바닷가라 처음에 갔을 때는 조금 습기가 있었어요. 

그래가지고 그 소리가... 맑은 소리가 안 나와가지고 좀 고생을 했죠. 

그 다음에 이제, 날씨가 좋아져가지고 소리가 좋아지니까, 끝에. 다 끝내고 첫 번 부분을 다시 녹음해가지고 그 톤을 맞췄죠. 

음... 하도 피아노라는 게 예민해가지고... 어... 그 조금만 습기가 올라가면 소리가 또… 음... 지체되니까. 음...


박종호 

아주 재밌는 이야기네요. 그 소리 톤을 맞추려고 다시 앞의 곡을 다시 넘어가셨다니까. 좀…


백건우

그게 필요했어요… 


박종호 질문

하루에 한 네 곡 밖에 안 쳤다는 것은... 그럼 좀 많이 노셨겠는데요? 


백건우 답변

아... (웃음) 시간으로 따지면 한 20분은, 뭐... 25분이면 끝나겠죠... 근데... 

어… 하루 종일을 했어요...


박종호 

아… 연습하시고… 


백건우

맞추고... 소리 들어보고, 어... 진짜 템포가 맞는지... 

이게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수에 넘어갈 수 있는지... 

어... 또, 음색이 맞는지... 어... 여러 가지...  


박종호

영상을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저도 영상을 보고나서 생긴 건데, 

음반을 쭉 듣다 보면, 처음에는 쇼팽만 생각나지만, 

듣다 보면, 뒤에 가면 통영이라는 곳이 이렇게 떠오르고

통영에서 피아노 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이 떠오르고... 

좀더 듣다 보면... 그런데, 확실히 우리나라적인, 

어떻게 보면 선입견일지도 모르겠는데, 약간 저는 느껴지는 것도 있었어요...


백건우

음… 좋죠… (웃음)


박종호 질문

그럼요. (웃음) 그런 점에서 아주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베토벤을 치시다가 말이죠... 

흔히 밥만 내내 먹다가 보면 가끔은 다른 것도 먹고 싶듯이.

이제 작업이 끝났는데, 이제 앞으로 물론, 투어 하시는 동안 내내 쇼팽 생각만 하셔야겠지만.

다음에 혹시 또.. 녹음이나, 달리 하고 싶으신 것이 생각나시는 게 있으십니까? 

 

백건우 답변

사실... 쇼팽에 있어서도 하고 싶은 것은 많죠!

음… 사실… 쇼팽 하게 되면, 

어…혁명( Revolution) 이라든지, 에뛰드(Etude) 라든지… 뭐, 그 어…유명한 곡들 많지 않나요?

근데 그 유명한 곡들 중에서도 예를 들어서 에뛰드에도 정말... 그... 아까 ‘야상곡’ 같이

어... 자기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는 곡들이 있어요...  

지금 번호가 정확하지 않은데, 6번인가 7번... 

정말 거기는 멜로디도 없고... 어...  하나도... 에뛰드인데, 어려운 테크닉은 하나도 그게 없고, 

정말 자기 속에서 막 헤매고 거기서 막 무얼 찾고 그러는 곡들이 있어요... 

그리고 이 Op.10, No.4 한 곡은 완전히 왼손이 첼로같이 멜로디가 나오고

오른손이 그냥 반주하는 그런 곡이 있는데, 그것도 에뛰드라고 볼 수가 없죠.  


어... 그런곡들... 또, 무슨 프렐류드에 14번...(Prelude Op.28, No.14)

거기는 한 번 14번 쇼팽 소나타 2번에 마지막 악장이 기억나시는지 모르겠지만

“르를르를르르흐르흐르으으으~!” 

막 그냥 엉클어진 소리만하다가 “꽝!” 하고 끝이 나는데, 하도 이상해 가지고 어떤 사람이 쇼팽한테,

“아니 이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이냐” 고 "전 이해를 할 수 없다"고... 그랬더니,

“내가 그렇게 느꼈어!” 

음... 참! 그런 숨어있는... 그... 

재미있어요! 보물이! 

그런 것을 좀 한번 이렇게 끄집어 내봤으면 좋겠어! 응!

뭐... 그 외에도 다른 작곡가들도 할 것이 많죠!  

네... 음악은 항상 새로우니까!  


박종호 질문

선생님은 잘 아시겠지만, 젊어서부터 한 작곡가를 이렇게 온전히 음반 하나씩 내고 천착(穿鑿)하면, 그 다음 또, 딴 데로 옮기고 이런 행로를 쭈욱 해오셨거든요. 

근데, 지금도 아직... 아마 전국 투어를 앞두고 있는데, 머릿속에 쇼팽이 가득 차있는데,  

말도 안 되게 다른 작곡가를 이야기를 꺼내니까... 이제... 제가 우문이죠... 제가 우문을 한 것 같아요. 

순회 연주는 대개 힘든 작업 아닙니까? 제가... 

제 생각에 저는 피아니스트가 아니니까. 모르지만은… 항상 피아니스트는 새로운 피아노를 만나잖아요. 정말 형편 없는 피아노도 있을 거고... 그렇죠? 


백건우 답변

그게 참 큰 문제에요... 

근데 그게 한국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한숨)

제가 지금 몇 십 년 피아노를 하면서, 정말 피아노라는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은 몇 명 못 만났어요. 

정말 귀해요!  그러니까 피아노라는 악기를 정말 아는 사람.


어... 그런데, 그 사람한테 제가 한 번 물어 봤죠. 

"당신같이 자격(qualified)을 갖춘 피아노를 아는 사람이 이 지상에 몇 명 되느냐?" 그랬더니, 

한참 생각하더니, (웃음) 

“…넷… 있을까?”  그러는 거에요.

그런데 그 분이 이제 런던에 계셨는데, 유럽에서 그러니...


세계적으로 피아노가 얼마나 많고, 정말 홀이, 연주 장소가 그렇게 많고, 

스타인웨이(Styeinway & Son Co.) 매년, 정말 몇 대를 만들어 내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많은데, 

그런 테크니션이 세계적으로 몇 명 밖에 없다고 그러니, 나머지는 어떻겠어요...

물론, 좋은 조율사가 있지만 정말 피아노를 정말 제대로 준비하는 그런 사람이 너무 모자르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피아노 때문에 굉장히 문제가 크죠. 


나는 집에서 이 곡을 해석하는 것을, 연주 하는 것을 다 준비해서 가도 그 피아노가 안 받쳐 주면 참 황당하죠. 음...  


박종호 질문

피아노가 내가 예상하고 너무 다를 때, 그때 맞춰가시고 약간 연주를 변화를 시키기도 하나요? 


백건우 답변

그럼요! 

이, 전달이 안 될 때에는 이제 어느 부분에서 강조하고, 템포를 늘릴 수도 있고... 

어... 어떤 때는 안 돼요! 

예를 들어서, 띠게(Targuer) 테크닉이라고 하는 것은 건반하고 손가락을 우리 이게 좀 밀접하게 서로 붙어야 하는데, 건반이 헐렁 헐렁 한다든지, 

제멋대로 논다 하게 되면 빠른 패시지(Passage)라든지 아주 세밀한 그런 것을 컨트롤 할 수가 없죠.

그러면 그 선이 어떻게 되겠어요! 

어... 뭐... 힘들어요! 


그러니까 어... 음정 잡는 것은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음질이 고르게! 이렇게 되는 것을 그것을 보이싱(Voicing-정음)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한 음은 밝고, 한 음이 어둡고, 어떤 것은 감기 들린 소리가 나고, 코 막힌 소리가 나고 그러고 하면, 이게 멜로디를 만들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 소리를 고르게 이제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작업이고, 그 다음에 이 건반의 움직임을 고르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아주 큰 작업이 되지요. 

그런데, 이런 것이 되어 있는 피아노가 거의 없어요. 음...   


박종호 질문

그런 점에서 녹음은 나름대로 가치가 높겠네요. 훨씬 더 완성도도 높고. 


백건우 답변

그 피아노를 미리 준비를 하고 그러고서 들어가니까. 

피아노 선택하고 준비하고. 또, 어... 그 곡에 맞게끔 컨트롤을 하고... 

뭐... 그러니까, 어... 그런 면에서 는 완성도가 높죠...


박종호 질문

본인, 이렇게 음반을 남길 때, 본인 쭉~ 인생여로를 걸어갈 때, 

음반을 남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자기의 인생에서 포인트라고 생각하십니까?


백건우 답변

흠… (큰 한숨) 그것 사실…어… 이... 음악이 훌륭한 게...

이것을 음악을 한 인터프레테이션(Interpretation-해석)으로 이것을 확정 시킬 수가 없는 거에요. 


음악은 자꾸 변해요! 

그렇기 때문에 녹음을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모순이죠! 

그것! 한 인터프레테이션을 그냥 ‘Stop!’ 이렇게 시키는 것이. 그런데, 그것을 바꾸어서 생각하면

‘그것은 그 순간 내 나이 그 때 내가 느꼈던 야상곡이다!’ 하고 생각했을 때,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는 거죠!

그렇지만, 그것이 나를 대변하는 모든 해석이라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죠!  

그러니까 그 주어진 시간에... 나로서는 최대! 

음... 정말...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한 작업이니까,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겠죠! 


박종호

그죠! 그 대신에 그 시절과 그 때의 자기의 생각을 대변하는! 


백건우

그렇죠! 십 년 후는 또 전혀 다르겠죠!


박종호

그렇죠! 그러니까 카라얀은 같은 경우는 베토벤 교향곡을 전곡을 10년마다 녹음을 한 것이 본인의 공부가 계속 바뀌니까. 

그렇죠...새로운 걸. 그런 것이겠죠.


백건우

그런 것도 3번인가 녹음을 했대요… 


박종호 질문

계속 거듭해서... 선생님, 옛날에 했던 것들 중에서 혹시 다시 녹음 하고 싶으신 것들 있으세요? 


백건우 답변

다... 다! (웃음) 다 …다시 해야죠. 그러기에는 너무 힘이 들고... (웃음)  

그리고 또,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까... 이제 또...


박종호 질문

음악 이라는 것은 흘러가는 거죠. 사실 미술도 마찬가지잖아요.  

사실 외국에 가서 미술관에 가서 보면 같은 그림을 여러 번 그린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우리가 본 것 하나만 우리에겐 알려져 있지만, 또 음악도 마찬가지. 특히 연주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마, 생각,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새로이 녹음해야겠지만,  

사실 물리적으로 그게 또 쉽지는 않고, 

어쨌거나 지금 시대를 대변하는 녹음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백건우 답변

그게 변하기 때문에 음악은 살아있는 거죠!


박종호 질문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람은 없어져도 음반은 나중에도 남지 않습니까? 


백건우 답변

이...무대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그 순간이기 때문에, 

어... 점점 이 녹음 작업이 중요 하다고 느껴져요!

젊었을 때는 그런 것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음...


박종호 질문

음... 체력적으로는 요즘... 괜찮으시죠? 약간 살이 빠지신 것 같아서.


백건우 답변

네… (미소) 그건… 좋은 현상이죠. (웃음) 


박종호 질문

선생님, 여러분 다 아시겠지만, 

사진 찍는 것을 젊어서부터 거의 전공 이다시피 하셨고, 지금도 아주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아까 우리가 쉬시는 동안에 우리가 과일을 좀 가져 왔는데, 너무 예뻐서 드실 생각은 하지 않고 아이처럼 보자마자 전화기를 꺼내서 찍으셨거든요. 그 과일을 찍으셨어요!  

그래서 ‘아! 여전히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시는구나!’ 했어요. 요새도 많이 찍으셨습니까?


백건우 답변

아… 많이 찍어요. (웃음)

옛날부터 찍어오다 보니까, 그냥 보지 않고 이제 렌즈를 통해서 보는 그런 그림을 제가 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무슨 경치를 봤을 때. 아! 이건 어떻게 보는 것이 좋겠다. 

어... 뭐...이 각도에서 보는 것이 좋겠다. 어... 뭐...어디에서 보는 것이 이 각도에서 보는 게 제일 좋겠다. 어떻게, 어떤 광선이 맞겠다, 이런 것이 자꾸 생각하게 되죠. ..


박종호 질문

주로 야외에서 많이 찍으시죠? 


백건우 답변

뭐... 이제…어... 전문가들이야, 자기가 선택한 주제가 있겠죠. 

어떤 사람은 초상화를 위주로 하고, 어떤 사람은 자연을, 또 뭐, 있고. 포토리포터(Photoreporter), 모드(mode-패션)라든지 전부 다 많잖아요...

우리 같은 아마추어는 아무거나 눈에 띄면... 음.. 


박종호 질문

그런 걸 좀, 팬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은 것은 없으세요? 


백건우 답변

어...(한숨) 있죠! 왜 그러냐 하면, 저도 긴 여행을 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 그 중에는 좋은 만남들도 많고... 

그것이 사람이든 경치이든 여러 면에서 그런 것을 나누고 싶은 생각들도 있죠. (웃음) 

그런데, 그게...(한숨)  잘 아시겠지만, 사진은... 

이게 스냅을 했을 때, 그것은 1st Step 첫 스텝이고, 그 다음부터가 사실 사진작업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만드느냐. 

그 많은 사진 중에 골라서 그 작업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에요. 

그런데, 이런 시간이 언제 있을지... 그건... (웃음) 


박종호 질문

맞습니다. 누가 한 말이 기억이 나네요. 

할 말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다니면서 카메라로, 핸드폰으로 찍어놓는 게 사진이라고 할 수 없는 게

찍어만 놓고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을 누군가가 하신 것 같아요.  

다시 편집하고 보정하고 정리하고 이게 더 큰 것 같습니다.  


백건우 답변

그 사진이 품고 있는 그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작업이 많이 필요해요. 

그것이 흑백이든, 밝게하든... 어떤 부분을 어떻게 살리든, 구도를 어떻게 새로 자르던 할 것이 많죠.

그래서, 그 옛날에 아담스(앤설 애담스Ansel Adams 1902~1984)라는 사진사가 옛날에 쇠다리 이렇게 준비해가지고

카메라, 이만한 커다란 박스 해 가지고 산에 올라갔다고 해요.  하루에 필름을 하나만 가지고. 그래서 렌즈로 봤을 때, 완벽하다고 했을 때 딱 한번! 누르고 내려오는! 

그 만큼 신중하다는 거죠. 그냥 누르는 것이 아니고! 

물론 그 사람은 익스트림(Extreme)이겠지만!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산에 올라가서... 그러니까 뭐. 

구도도 그렇고, 햇빛이 지나갈 때 ‘딱!’ 그 순간이 맞을 때!

그 디시플린(Displine)이 조금만이라도 있으면 좋죠. 

조금만 여기 있으면 좋죠!


박종호 질문

그... 제가 사진에 관해 말씀 드린 이유는 저는 모든 예술가들의 영감은 다른 예술에서 오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전문 피아니스트가 아닌 예술가로서의 모습의 선생님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해서 사진 이야기를 좀 꺼낸 거에요. 

사람들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게. 아직도 그 오래된 집에 살고 계십니까?

아직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백건우 답변

네... (웃음) 아! 집어넣었어요. 계단을 조금 자르더니 거기에 들어가더라구. 


박종호 질문

이제 동네 사람들이 선생님이 연습하시는 것 다 알고 있죠? 다같이 즐기고 있습니까? 


백건우 답변

그럼요. 우리 집은 방음장치도 하지 않았고, 창문도 다 열어놓고 연습을 하니까...

이제 다 알죠! (웃음)


박종호 질문

집값이 오르진 않았어요? (웃음) 

선생님 때문에.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백건우 답변

불란서는 천천히 올라요… (큰 웃음) 


박종호 질문

농담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셔서... (큰 웃음) 어... 그...

선생님이 이렇게 피아노를 치고 피아노를 작업을 하시면서 음악 외에 사진 외에 항상 다른 피아노 영감을 받는데 가 제가 모르는 또 무엇이 있나요? 책도 많이 읽으시죠? 


백건우 답변

음...노력을 하죠. 워낙 지상에는 좋은 책들이 많고 좋은 글들이 많으니까.

음...어...어휴 (한숨) 이 불란서, 파리(France, Paris)에서 책방에 들어가 보면 정말 놀라워요. 좋은 책들이 정말 많아요. 

물론 한국도 번역된 책도 정말 많이 있더라고요... 물론, 우리말로 쓴 것 도 그렇지만, 번역들도 정말 많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빨 리 번역을 해 가지고 그게 그렇게 나왔는지.. 놀라워요...

어... 제가 흠…(큰 한숨) 원하는 만큼 독서를 못해요... 

제가 음악을 준비하는 게 연습 시간뿐만이 아니거든요. 

어... 하루 종일 그 생각을 하기 때문에...어... 시간을 많이 요구를 해요... 


박종호 질문

뭐. 우리는 여러분의 질문을 안 받으려고 했는데, 한 두 분만 질문만 받겠습니다.  

네! 없네요. 끝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좀 들려주시죠.

클래식음악이라는 것이 사실은 요즘은 팬들이 유럽도 사실 많이 늘지 않고 어떤 점에서는 줄어 간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음반도 그 힘이 줄어간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클래식음악이 그러한 세상에서. 워낙 작업도 워낙 많고, 별별 분야도 많이 있으니까. 

젊은이들은 자극이 하도 많아서 클래식음악 듣고 있을 여유가 없을 거라 생각을 하는데, 

음악이 가지고 있는 우리시대의 의미, 가치 이런 게 어떤 것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백건우 답변

어.. (큰한숨) 제가 볼 때는, 클래식 음악을 볼 때는 이 짧은 미래를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 클래식 음악이 지금 저희들이 사랑하는 곡들이 200년 300년 400년 전, 음악 아니에요?

그렇게 생존해 있다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이야기죠! 

어...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발류(Value-가치)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순간적으로 거리가 멀어졌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그건 영원히 남을 거에요!

내가 보기에는 웨스턴 시빌리제이션(Western Civilisation-서구문명)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그 뭐랄까, 어치브먼트(Achievement-성취)그것이! 


박종호 질문

서양 문명이 구축한 가장 높은 성취다! 그런 의미 인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백건우 답변

네... 저 역시 클래식음악이 그 중의 하나는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그렇게 걱정은 안돼요. 언젠가 그 힘을 다시 받을 거에요! 응! 


박종호 질문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안 들을 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더욱 많이 들어서 다른 사람과 격차를 벌려 놓으시는 절호의 시대가 아닌가! 하는 이런 생각을 가끔 아니, 자주 합니다. 어차피, 만약 경쟁 사회라면... 경쟁이 있고. 


선생님께서는 서양 문명이 만드는 굉장한 것이라고 생각 하시는데, 저는 옛날에는 미술도 좋고 건축도 좋고 사진도 문학도 철학도 중요 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음악을 저도 좀 오랫동안 듣고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갈수록 느끼는 것은, 그 중의 제일 위에 있는 것은 음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저는 굉장히 많이 느껴요. 언어로도 할 수 없는 어쩌면 제일 높은 경지! 

정말 준비 되거나 노력하지 않는 자는 결코 즐길 수 없는! 

책이야, 펼치면 볼 수도 있잖아요. 미술은 가서 보면 되는데, 음악은 쉽게 안 되는 경우는

본인이 피아니스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음악은 듣는 사람도 약간의 훈련을 해야 하는 그런 장르는 많지 않거든요.


백건우 답변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죠! 음... 마음의 준비! 이런 것! 

그런 곡이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박종호

그럼 우리도 고귀하게 된다는... (웃음)


백건우

고귀하게 된다는 이야기에요. (큰 웃음) 


박종호

멋진 이야기입니다. 그럼, 우리도 고귀한 문화를 받아들여서 고귀한 사람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귀한 시간 내어 주어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고맙습니다. 뒤에 전해드릴 것이 있나 봐요. 


백건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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